예전에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고 난 후 덕수궁 내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 전시물을 보고 어둑어둑해진 초저녁 즈음 야외에서 열린 궁궐 콘서트를 감상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어 문화와 즐길 거리가 많은 덕수궁을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았습니다.
소개
아관파천
1895년 (고종 32년) 명성황후시해사건이 일어난 후 일본과 친일 세력의 신변 위협으로 경복궁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고종은 독살의 위협으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외국 선교사들이 보내준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1896년 (건양 원년) 고종은 러시아 해군의 호위하에 일본군과 친일 내각이 장악한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을 하게 됩니다. 당시 고종이 파천한 길을 재정비하고 러시아 공사관도 복원시킨 고종의 길이 서울특별시청 바로 건너편인 중구 정동에 위치합니다.
대한제국의 왕궁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고종은 외국에 특사를 파견하고 조선의 근대국가 모델을 구상합니다. 궁궐을 방어할 호위군을 갖춰 1897년 (건양 2년) 고종은 현재 덕수궁인 경운궁으로 환궁하여 제국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1. 대한문
대한제국 황궁인 경운궁의 정문은 인화문이었습니다. 한양이 창대해진다는 의미를 가진 대한문은 원래 경운궁의 동쪽 문으로 세워졌으나 정문이었던 인화문이 도로개통으로 헐리면서 대한문을 정문으로 삼았습니다. 1970년 태평로를 확장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2. 중화전
중화전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성정이라는 의미를 가진 덕수궁의 정전입니다. 조선 왕궁의 정전이 아닌 대한제국 황궁의 정전으로 세운 건물로 정전 건물 중에 유일하게 20세기에 창건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즉조당이 정전으로 사용되었으나 규모가 작아 황궁으로써의 규모와 격식을 갖추기 위해 제국 선포 이후 5년이 지난 1902년 (광무 6년)에야 정식으로 지은 중층 구조의 정전입니다. 앞뜰에 문무백관의 위치를 표시하는 품계석을 좌우에 두고 중요한 국가 의식을 거행하거나 조회를 열었던 장소입니다. 안타깝게도 1904년 (광무 8년) 제국의 심장인 중화전이 화마로 인해 제국의 꿈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립니다. 이후 다시 1906년 (광무 10년) 단층으로 중건하게 됩니다. 중화전은 순종의 결혼식과 순종 양위 의식이 거행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3. 즉조당
준명당과 복도로 연결된 즉조당은 15대 광해군과 16대 인조가 즉위한 경운궁의 원 공간입니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 실제로 경운궁을 황궁의 격에 맞는 궁궐로 재정비하여 대부분 새롭게 건물을 지었으나 즉조당은 원래 경운궁에 있었던 두 채 중 하나입니다. 고종은 경운궁을 수리하는 동안 즉조당을 중요 행사를 치르는 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면 7칸, 측면 3칸의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된 건물입니다.
4. 준명당
준명당은 목조 건물로 즉조당과 복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높은 기단 위에 세워졌고 좌우 툇간에는 쪽마루가 있습니다. 1916년 4월에는 덕혜옹주 교육을 위한 유치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5. 석조전
석조전은 고종이 경운궁으로 환궁하면서 대한제국의 근대화를 상징하고 황제국으로서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상징적인 건물의 정전으로 구상했던 건물이었으나 이 건물은 망국 이후인 착공 10년 만에 완공되어 정작 대한제국의 정전으로 사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완공 후 고종 일가의 거처로 사용되었습니다. 석조전은 영국인 하딩이 설계하였으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돌로 지어진 궁전입니다. 동양이 전통 궁궐에서는 정전, 편전, 침전의 기능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석조전은 서양의 주거 양식을 도입하여 하나의 궁전에 모든 기능을 통합했다고 합니다. 현재 석조전은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사전 예약으로만 관람할 수 있으며 매월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중앙홀에서 음악회도 열립니다.
경운궁이라는 궁호는 차후에 고종에게 왕위를 물려받은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겨가면서 여전히 석조전에 남아있던 고종에게 장수를 비는 뜻으로 덕수라는 궁호를 올린 것이 그대로 덕수궁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관람정보
매주 월요일 휴궁
09:00~21:00 (야간개방 21시까지)
기관 사정에 따라 관람 시간 단축 및 조정 가능
관람 요금
내국인은 만 25세 ~ 만 64세 1,000원, 외국인은 만 19세 ~ 만 64세 1,000원입니다. 만 24세 이하 (내국인), 만 18세 이하 (내국인), 만 65세 이상 (내국인, 외국인), 한복 착용자 (내국인, 외국인), 문화가 있는 날인 매월 마지막 수요일 (내국인, 외국인)은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대상자는 반드시 관련 증빙 서류를 미리 준비하여 제시하여야 합니다. 단체 10인 이상은 20% 할인 적용됩니다. 종로구 주민은 50% 할인이며 4대 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및 종묘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관람권은 10,000원입니다.
해설 안내
해설을 원하는 단체(10인 이상)는 사전에 전화 (02-751-0734) 예약이 필요합니다. 개인 관람객(10인 미만)은 별도의 예약 없이 해설 참여가 가능합니다. 출발장소는 대한문의 금천교를 지나 덕수궁 종합안내판이 있는 곳입니다. 언어권별 무료 안내이며 한국어 해설은 금, 토, 일에 자원봉사단체(우리 궁궐 지킴이, 궁궐 길라잡이)의 해설이 병행됩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일정 확인 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교통 안내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나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덕수궁에는 주차시설이 없어 대중교통 이용이 필수입니다.
마무리
고궁 속 미술관, 덕수궁 돌담길, 궁궐 콘서트, 산책하기 좋은 곳, 야경이 아름다운 곳 등 덕수궁 하면 또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덕수궁은 서울 시민이나 연인들의 나들이 코스로 사랑받고 있으나 기존 궁궐과는 다른 이색적인 건축 양식과 아픈 근대사의 이야기가 남다른 곳입니다.
덕수궁은 근대사에서 슬픈 역사의 마지막 황궁이며 근대 한국의 문을 연 뜻깊은 장소입니다. 국난 극복의 상징인 덕수궁은 우리나라 4대 궁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가운데 후손들인 우리가 역사적 교훈을 마음 깊이 새기고 알아야 할 궁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제국 황제의 궁궐이었던 덕수궁을 관람한 의미 있고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요즘 뉴스에 흉악한 사건 사고가 잦아 참 각박한 세상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아이와 고궁을 탐방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진 것 같습니다. 현재에만 메여있지 마시고 가끔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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